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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2025 파이콘 준비위원회 & 개인 회고

by 룰루루 2025. 8. 16.

이번주의 후기는 파이콘 준비위원회로써 2025년 파이콘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소감, 그리고 틈틈이 파이콘을 돌아다니면서 참가하면서 얻은 이번주의 개인으로써의 소감 두 가지를 섞어서 말해보려고 한다.
 
첫 지원 시점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좀 부끄럽지만 파준위 지원은 사실 나의 만족을 위한 이유가 더 컸다. 작년 2024년도 파이콘을 재밌게 잘 즐기기도 했거니와, 그곳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일이 멋지고 보람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당시 재직 중이던 회사 일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했기에 그 만족감을 다른 곳에서 얻고 싶었던 욕심도 앞섰다. 파준위는 파이콘에 기여하는 활동이지만, 당시 내가 지원한 목적에는 이처럼 약간의 개인적이고 투명하지만은 않은 의도도 섞여 있었다. 

20250305

 
결과적으론 파준위 활동은 올해 내가 신청했던 활동들 중 정말 하길 잘 했던 활동들 중 하나였다고 말하고 싶다. 시작은 비록 100% 순수한 목적과 의도는 아니었을지언정(일에서 못 느끼고 있던 보람과 성취감 찾기), 처음에 지원했던 목적처럼 일에서 얻지 못한 보람과 성취감, 그리고 사람들과 무언가를 같이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이맘때쯤 일에 대한 정의와 태도에서도, 커리어에 대한 접근에서도, 많은 면에서 나의 생각들은 소소하지만 사소하진 않게 바뀌어왔는데, 파준위 활동도 그 변화에 적지 않은 여파를 남겼다. 우선 '자원봉사' 활동이기에, 어떠한 이익도 얻지 않는 활동이었다. 잠시 다른 회사들 면접을 보러 다닐 때는 내 코가 석자인데 일을 더 키운 건 아닌가 싶은 걱정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를 더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마 물질적 보상이 있었다면 외적 동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그냥 넘기게 되었을 텐데, 외적으로 주어지는 무언가가 없으니 내적 동기를 고민하게 되었다(이걸 지원 전에 고민하는 게 사실 바람직하지만, 나의 경우는 순서가 바뀌었었다). 
 
'그래서 내가 이 활동을 통해 개발자 또는 개인으로써 추구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쓰고 나니 면접 질문 같다) 라고 스스로 묻게 되었다. 이 물음에 답을 내리지 못한다면 이 활동을 계속할 동기가 없어지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현재는 가변적(mutable)이지만 나름의 답을 일단은 적을 수 있게 되었다. 
 
파준위를 하면서 새롭게 매력을 느낀 단어 두 개가 있는데, 바로 '생태계'와 '다양성'이다. 마치 자연의 생태계처럼, 파이썬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파이콘에서는 다양한 세션과 프로그램을 열고, 참여자와 후원사를 유치하며, 자체 서비스(디자인, 홈페이지 및 굿즈)를 계속 개선하면서 참여자들에게 행사가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될 수 있게 한다(a11y)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 행사를 만들어가는 운영진 및 개인으로 참여하면서, 오히려 내가 이 생태계로부터 많은 걸 받은 것 같다. 주어진 모든 일을 완전히 다 해내지는 못했지만(이 점은 조직 회고에서 기회가 된다면 낱낱이 회고해보려고 한다), 특히 전체 정기 회의를 참여하면서 내가 모르던 행사가 기획되고 운영되는 방식을 조금이나마 접하게 되면서 이 행사와 조직에 더 관심이 생겼다. 
 
지금 나의 소속은 홈페이지 개발 팀인데, 정기회의에 종종 나오기 전까지는 막연히 개발해야 할 이슈들을 막힘 없이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다가 정기 회의를 나오면서 조직이 현재 고민하는 문제들, 그로 인해 다른 팀들에서 풀고 있는 문제와 진행 상황들을 접하면서 이 행사 전반에서 나는 어떤 것들을 해볼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게 되었다. 정기 회의를 나온다고 나의 개발 능력이 더 향상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이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나 주어진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는 조금 더 뚜렷해졌다. (이때 온/오프라인 회의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리고 커리어 면에서도 나의 생각에 제법 영향을 주었는데, 나는 여전히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 나갈 수 있는 조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다니는 회사의 업무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얻지 못해서 이 활동을 지원한 이유도 있다고 했었는데, 덕분에 이 활동을 하면서 나는 여전히 이런 분위기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커리어를 시작하는 입장인 만큼 결정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제는 취준생의 포지션은 아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회사의 직무, 회사의 성장가능성, 회사 조직의 분위기(개인이 새로운 방법과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인가 / 조직 문화는 어떤가), 연봉, 회사의 도메인, 근무 강도 등등 고민할 것이 많아졌다. 주 40시간 이상을 있는 만큼 회사라는 환경 안에서 개인은 100%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나와 맞는 소울메이트 같은 회사는 없기에, 여전히 fine tuning을 통한 접점을 찾아야 하겠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잃지 않게 된 것도 이 파준위 활동의 영향이 꽤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년도의 파이콘에 대해서, 나는 내가 받은 만큼 기여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미해결된 이슈도 있었고, 정작 홈페이지 팀이 멘션이 많이 될 때 내가 그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처리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기회가 된다면 다음 년도에도 참여해서 기여를 더 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미해결된 이슈를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내가 아직 파이콘 한국이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들을 제대로 잘 파악하지는 못했기 때문도 있다. 내년의 파이콘까지는 또 나름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우선은 그동안 백로그로 쌓여 있던 여러 기술 및 기능 부채를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 시간이 있다면,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신규 인원을 위한 시스템 문서화나 자동화를 진행해 보고 싶다. 
 
아직 파이콘은 하루가 더 남았다. 오늘은 이만 마치고, 내일의 파이콘도 잘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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