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의 후기는 파이콘 준비위원회로써 2025년 파이콘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소감, 그리고 틈틈이 파이콘을 돌아다니면서 참가하면서 얻은 이번주의 개인으로써의 소감 두 가지를 섞어서 말해보려고 한다.
첫 지원 시점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좀 부끄럽지만 파준위 지원은 사실 나의 만족을 위한 이유가 더 컸다. 작년 2024년도 파이콘을 재밌게 잘 즐기기도 했거니와, 그곳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일이 멋지고 보람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당시 재직 중이던 회사 일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했기에 그 만족감을 다른 곳에서 얻고 싶었던 욕심도 앞섰다. 파준위는 파이콘에 기여하는 활동이지만, 당시 내가 지원한 목적에는 이처럼 약간의 개인적이고 투명하지만은 않은 의도도 섞여 있었다.

결과적으론 파준위 활동은 올해 내가 신청했던 활동들 중 정말 하길 잘 했던 활동들 중 하나였다고 말하고 싶다. 시작은 비록 100% 순수한 목적과 의도는 아니었을지언정(일에서 못 느끼고 있던 보람과 성취감 찾기), 처음에 지원했던 목적처럼 일에서 얻지 못한 보람과 성취감, 그리고 사람들과 무언가를 같이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이맘때쯤 일에 대한 정의와 태도에서도, 커리어에 대한 접근에서도, 많은 면에서 나의 생각들은 소소하지만 사소하진 않게 바뀌어왔는데, 파준위 활동도 그 변화에 적지 않은 여파를 남겼다. 우선 '자원봉사' 활동이기에, 어떠한 이익도 얻지 않는 활동이었다. 잠시 다른 회사들 면접을 보러 다닐 때는 내 코가 석자인데 일을 더 키운 건 아닌가 싶은 걱정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를 더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마 물질적 보상이 있었다면 외적 동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그냥 넘기게 되었을 텐데, 외적으로 주어지는 무언가가 없으니 내적 동기를 고민하게 되었다(이걸 지원 전에 고민하는 게 사실 바람직하지만, 나의 경우는 순서가 바뀌었었다).
'그래서 내가 이 활동을 통해 개발자 또는 개인으로써 추구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쓰고 나니 면접 질문 같다) 라고 스스로 묻게 되었다. 이 물음에 답을 내리지 못한다면 이 활동을 계속할 동기가 없어지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현재는 가변적(mutable)이지만 나름의 답을 일단은 적을 수 있게 되었다.
파준위를 하면서 새롭게 매력을 느낀 단어 두 개가 있는데, 바로 '생태계'와 '다양성'이다. 마치 자연의 생태계처럼, 파이썬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파이콘에서는 다양한 세션과 프로그램을 열고, 참여자와 후원사를 유치하며, 자체 서비스(디자인, 홈페이지 및 굿즈)를 계속 개선하면서 참여자들에게 행사가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될 수 있게 한다(a11y)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 행사를 만들어가는 운영진 및 개인으로 참여하면서, 오히려 내가 이 생태계로부터 많은 걸 받은 것 같다. 주어진 모든 일을 완전히 다 해내지는 못했지만(이 점은 조직 회고에서 기회가 된다면 낱낱이 회고해보려고 한다), 특히 전체 정기 회의를 참여하면서 내가 모르던 행사가 기획되고 운영되는 방식을 조금이나마 접하게 되면서 이 행사와 조직에 더 관심이 생겼다.
지금 나의 소속은 홈페이지 개발 팀인데, 정기회의에 종종 나오기 전까지는 막연히 개발해야 할 이슈들을 막힘 없이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다가 정기 회의를 나오면서 조직이 현재 고민하는 문제들, 그로 인해 다른 팀들에서 풀고 있는 문제와 진행 상황들을 접하면서 이 행사 전반에서 나는 어떤 것들을 해볼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게 되었다. 정기 회의를 나온다고 나의 개발 능력이 더 향상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이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나 주어진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는 조금 더 뚜렷해졌다. (이때 온/오프라인 회의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리고 커리어 면에서도 나의 생각에 제법 영향을 주었는데, 나는 여전히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 나갈 수 있는 조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다니는 회사의 업무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얻지 못해서 이 활동을 지원한 이유도 있다고 했었는데, 덕분에 이 활동을 하면서 나는 여전히 이런 분위기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커리어를 시작하는 입장인 만큼 결정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제는 취준생의 포지션은 아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회사의 직무, 회사의 성장가능성, 회사 조직의 분위기(개인이 새로운 방법과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인가 / 조직 문화는 어떤가), 연봉, 회사의 도메인, 근무 강도 등등 고민할 것이 많아졌다. 주 40시간 이상을 있는 만큼 회사라는 환경 안에서 개인은 100%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나와 맞는 소울메이트 같은 회사는 없기에, 여전히 fine tuning을 통한 접점을 찾아야 하겠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잃지 않게 된 것도 이 파준위 활동의 영향이 꽤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년도의 파이콘에 대해서, 나는 내가 받은 만큼 기여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미해결된 이슈도 있었고, 정작 홈페이지 팀이 멘션이 많이 될 때 내가 그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처리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기회가 된다면 다음 년도에도 참여해서 기여를 더 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미해결된 이슈를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내가 아직 파이콘 한국이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들을 제대로 잘 파악하지는 못했기 때문도 있다. 내년의 파이콘까지는 또 나름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우선은 그동안 백로그로 쌓여 있던 여러 기술 및 기능 부채를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 시간이 있다면,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신규 인원을 위한 시스템 문서화나 자동화를 진행해 보고 싶다.
아직 파이콘은 하루가 더 남았다. 오늘은 이만 마치고, 내일의 파이콘도 잘 마무리해보자.
'회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0907 회고 (0) | 2025.09.07 |
|---|---|
| 20250824 회고 (0) | 2025.08.24 |
| 20250810 회고 (0) | 2025.08.10 |
| 토스 2025 next 서버 지원 후기 (1) | 2025.08.10 |
| 20250803 회고 (8) | 2025.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