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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20250928 회고 대신 근황과 감사일기

by 룰루루 2025. 9. 28.

여전히 일상은 흘러간다. 요즘은 안정감을 얻은 것 같다. 예전에는 '지금 이 상태보다 더 나은 상태가 있다'는, 뉴욕털게 채널에서도 종종 들은 최적화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만하면 괜찮네. 요즘도 너무 좋다'는 생각을 꽤 한다(물론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들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여전히 내가 풀어야 할 문제들은 많다. 다른 회사로 가고 싶고, 어쨌든 취업이라는 산을 넘긴 한 상태니(내 한몸을 건사하고 있는 상태이니) 좋은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더 좋겠다. 그런데 이 문제를 물론 풀면 좋겠지만, 풀지 않고 이대로 살아도 나름대로 괜찮고 즐거운 삶이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20대 후반에 접어들고 이런 생각을 처음 한 것 같다. 
 
어찌됐건 나는 내 한 몸을 잘 건사하고 있다. 여기서 건사한다는 건 정신적 웰빙과 육체적 웰빙을 모두 의미한다. 멘탈 관리도 잘 하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는 뇌도 좀 빼놓고(이건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트레스를 받으면 열이 훅 오르는 식으로 왔던 미세공황이 이제는 안 와서 좋다), 운동도 주 3회는 꾸준히 간다.
 
주변 사람들하고는 늘 잘 지낸다. 사실 여기서 내가 좀 운이 좋았다고 느낀다. 나에게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고 채찍질을 하는 편이었던 나와 달리 가족들은 그러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물 같은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내가 스트레스 받아서 분노, 짜증, 우울, 슬픔 등을 느끼고 있으면, 어느새 편안히(물론 당연히 가족들도 힘듦이 있었겠지만 당시 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편안했던 것 같다) 유튜브를 보면서 쉬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내가 고통받던 일들이 그렇게 내 삶에 중요한 것들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 앞에 크게만 보였던 고통에서 좀 벗어난다. 아마 이런 가족들이 없었다면 스스로 이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친구들과 별 탈 없이 지내는 것도 가족들의 역할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크게 싸워보지 않았기에(물론 갈등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 나도 내면적으로 갈등을 피하려는 약간의 회피 기질이 있긴 하다. 암튼!) 친구들과도 큰 갈등이 없었던 것 같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마치 항상 불화와 마찰에 노출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런 것들이 없는 상황을 이상하고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점은 전혀 없는 것 같아서 이 부분이 특히 감사하다. 어렸을 때의 정서적인 환경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기에 말이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나 사람들도 뭔가 안정되고 물 같은 사람들이기에 참 운이 좋다고 느낀다(갑자기 회고가 감사일기가 된 것 같지만 일단 써보자). 음 그러니까 말하자면, 지금 일상에서는 종종 나한테 오는 스트레스 이벤트(주로 직장에서 일이 비효율적으로 굴러가는 것들, 그로 인해 나에게도 추가적으로 떨어지는 일들로 인한 이직 욕구 등등)를 빼고는 외부에서 나를 괴롭히는 요소가 없다. 기껏해야 내가 중간에 나를 괴롭히는 것들(최적화의 함정에 잠깐 빠질 때, 도파민 콘텐츠에 빠졌다가 다시 나오는 과정에서 쾌락 저울이 기울어질 때 등등) 뿐이다. 
 
그래서 요즘은 비록 굳이 찾으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 일상에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이 참 생소하고 생경하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과거에 내가 크고 작은 성취를 이뤘을 때 이런 감정들이 잠깐 머물다가 갔는데, 지금은 딱히 무슨 성취를 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번 주말에도 이력서를 하나 내고, 포트폴리오도 새로 만들었다. 서류에 붙을 것을 대비해서 코딩테스트 준비도 일주일에 세 문제씩은 하면 좋겠고, 설계 스터디 챕터도 읽어야 한다(아직 안 읽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게 그다지 버겁고 벅차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일시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적어도 내가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상황에서는 벗어난 것 같아서 좋고 뿌듯하다. 
 
아마도 여러 가지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주 3회의 운동, 때로 일이 풀리지 않을때는 그냥 흘러가게 두는 마인드(control the controllable), 나에게서 집요하게 원인을 찾는 대신 짧게 생각하고 마는 마인드(때론 남탓을 하는 부작용도 있긴 하다), 나에게 힘이 될지언정 스트레스가 되지 않고 잘 지내는 가족들과 친구들 등등이 있겠다. 암튼 너무 감사하다. 
 
최근에 갔던 작가님의 강연에서 '삶을 결정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해석이다'는 말을 들었는데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이 상황에서도 쓰이는 말 같다. 

 
다음주엔 또 어떤 사건들이 불쑥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그때의 내가 잘 다뤄서 해석해 봤으면 좋겠다. 오늘의 (감사)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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