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해보니 개발 블로그에 기록이 뜸했다. 개인 블로그에는 이것저것 다양한 근황들을 적어봤지만, 개발 블로그의 마지막 글을 보니 거의 3개월 동안 글을 안 썼던 게 아닌가. 오늘은 거창한 주제는 없지만, 2026년이 절반 지나간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간략하게나마 남겨본다.
이직하고 어언 5개월 차이다. 솔직히 3개월 전까지는 거의 적응이 안 되어서 긴장과 군기 속에 회사를 다녔던 것 같다. 아무도 군기를 잡지 않았는데 나 혼자 실수하면 어떡하지, 긴장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가 4월-5월이 되면서 조금씩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내적으로나마 편해지고, 여기서는 내가 어떤 일을 해보면 될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요즘은 평화롭다... 예전처럼 '나는 어떤 일을 좋아하지?' '어떤 일이 나와 잘 맞지?' 와 같은 고민을 잘 하지 않는다. 아마 지금 일이 꽤 나와 그런대로 잘 맞아서 그런가보다. 대신에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머리를 많이 써야함을 실감한다. 근데 이게 단순히 유능하게 빠른 해결책을 찾는다는 면에서만이 아니라,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내가 잘 이해한 게 맞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여실히 체감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몇 시간동안 별 생각없이 일을 했는데 알고보니 지금 안 해도 되었던 일이거나, 더 급한 우선순위가 있는 다른 일을 놓치는 등의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다음 할 일을 찾아보고 주변을 관찰하는 것도 참 필요한 것 같다. 단순히 '내 할 일 끝났으니 쉬어야지' 보다는 (물론 자진해서 하드 모드로 모든 자원들을 소진해서 고갈시킬 필요는 없지만) '그럼 다음에는 뭘 해보면 좋을까?' 또는 '지금 팀이나 회사가 하고 있는 일 중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등을 한번 생각해보고, 질문을 던지거나 논의를 제안해보는 것이다.
근데 그러려면 조직문화가 좀 열려 있어야 하겠다. 특히 나같이 처음 스퍼트가 좀 느린 사람들은, 초반에는 특히나 많은 것들에 막혀서 뭔가를 많이 물어보게 된다. 물론 누가 다 알려주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서 알잘딱깔센 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다가 실수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모를 때 바로바로 물어보려면, 본인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조직에서도 그걸 눈치주는 분위기가 좀 적어야 가능하겠다 싶다.
예를 들면 뭔가를 몰라서 용기내서 물어봤는데 알아서 찾아보라거나, 불친절하게 잘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는 다른 의견이나 피드백을 제시해 봤는데 '굳이 나서서 일을 키운다'는 식으로 눈치를 주면, 나와 비슷한 류의 사람들은 좀 의기소침해지고, 일할 동력을 좀 많이 잃는 것 같았다. 지금도 그렇다.
솔직히 회사 입장에서 주니어를 채용하는 것은 일종의 투자다. 멘토 팀원분과 잠깐 얘기할 때도 하셨던 말씀이고, 나도 그 말에 매우 공감했다. 그래서 지금 다니는 회사한테 뭔가 고마운 마음도 들고, 회사가 잘 되었으면 싶다.
회사 구성원 분들과 얘기하면서 느낀 점인데, 회사 입장에서는 나한테 투자를 하면서 모르는 것을 알려주면서 교육을 시켜 주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특히 내가 모르는 것을 그때그때 물어보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해도 그걸 마냥 귀찮아 하거나 쓸모없다고 여기지 않고 생각을 나눠 주시는 모습이 감사했다.
비록 나는 어디에도 나의 평생 직장은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나와 회사의 여건이 되는 한, 적어도 내가 회사에 할 수 있는 만큼은 기여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싶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인 생각일지 몰라도, 그러면서 나도 어떻게 일을 잘 하고 기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 실제로 회사랑 주변 동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면서 선순환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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